24.11.3. 무계획의 세부행
예전부터 오고 싶었던 세부.
여행으로도 한번 온 적 없는 곳에 입국 1일 차.. 8주 살기를 생각하고 집을 계약하기로 하고 티켓팅 먼저 하고 말았어요. 그다음 날 집계약이 틀어지면서 내가 과연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나 스스로 조차도 반신반의했던 세부행은 그렇게 출국 10일 전의 무모했던 티켓팅으로 시작되었어요.
이유는 뭐 별거 없어요. 아이를 영유를 보내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잠깐 못했다고가 맞는 것 같아요. 아이 공부에 자금 압박을 생각 안 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어릴 때부터 듣는 귀는 트여 놓은 상태라서 영어라는 언어를 당곰집사의 시대처럼 학습으로 접하지 않았으면 했어요. 영알못 엄마이기도 하지만 막연하게 나의 아이는 영어로 힘들지 않았으면 했고 하나의 언어로 받아들였으면 했기에 그런 마음들 안에서 무리해서라도 영유를 보내 말아를 수없이도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K 엄마로서 영유 욕심 해보지 않은 엄마는 별로 없을 것 같기도 해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영어교육에 진심인 시대이기도 하며 이제는 기본 중의 기본으로 영어가 자리 잡은 시대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영어를 잘 못해서 나 이제 진짜 영어 공부 할 거야 해도 이미 물먹은 스펀지 같은 당곰집사의 머리엔 남지 않는 영역인 것 같아요. 이런 마음들로 당그니는 영어를 좀 잘했으면 했어요. 영알못 엄마인지라 엄마표 영어를 해줄 수 있는 것이 너무 어려웠기도 했고 여태 해준 것이라고는 영어를 많이 듣기, 영상은 영어영상만 보여주기 정도였던 것 같았어요.
사실 영상도 거의 안했던 것 같아요. 영상에 거부감이 많은 엄마인지라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했고 아이들이 소통하지 않고 핸드폰이나 태블릿 영상에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거북했었어요. 그래서 아이를 낳기 전부터 영상은 노노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이건 개인의 기호예요. 영상 도움을 많이 받는 육아가 잘못된 건 아니에요. 그렇다고 영상을 아예 안 보여주는 육아가 정답도 아니고요.
육아에 정답이란것은 없잖아요. 나의 성향과 상황 아이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라 생각하기에 영상을 많이 보여 주는 육아라고 비난하지 않고 안 보여준다고 비난하지 않아요. 각자 중심을 잡고 노출여부를 생각해보는 문제라 봐요.
당곰집사는 육아에 영상이 껄끄러웠고 그리고 지금도 제일 잘한 부분 중의 하나라 생각은 합니다. 물론 애미 애비의 핸드폰 보는 시간도 줄이기 해야 할 것 같긴 해요. (반성한다 당그니야)
이렇게 했더니 아이는 심심해도 영상을 보여달라 조르지 않아요 . 늘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종이접기 책 보기 워크지 하기 만들기 하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기도 하고 장난도 치기도 하며 보내요. 그러다 보니 처음엔 힘들긴 했지만 지금은 알아서 혼자 노는 법도 터득한 것 같고 함께 하는 것도 터득한 것 같아요.
그러나 영어노출에 있어서 보기와 듣기는 정말 비례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래서 한두번 짧게 영어 영상으로 보여주고 그 후엔 안 보이게 해서 소리만이라도 많이 듣게 반복 반복 했던 것 같아요.
그나마 소소하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 않았나 해요. 당곰집사는 손이 야무지지도 교육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에요. 요즘 홈스쿨 정말 어마어마하게 잘하시는 분들 많잖아요. 그분들에 비할바가 아닌 그저 평범한 엄마인 것이죠.
그래서 이번 세부행의 생각은 사실 1년 전 세부를 다녀온 지인이 조언으로부터 시작되기도 했어요. 학교 수업 일수에 자유로를 수 있는 미취학 시기의 마지막이 올해 이기에 올해는 나도 꼭 가봐야겠다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덜컥 집계약만 되면 떠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을 이번에 저질러 보게 되었어요. 사실 무리하게 티켓팅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 이곳에 있지 못했을 것 같아요.
아이와 8 주살이를 하러 온다는 것 자체가 당곰 집사의 성향에서는 정말 우물에서 머리카락 하나 내보이는 느낌이랄까요? 굉장히 익숙하고 친밀한 것에 안정감을 느끼는 당곰집사이기에 영어 한마디 못하는 엄마인 당곰집사가 7살 아이와 무모하게 도전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던 것 같아요. 한발 짝 나오는 그 발자국 자체가 쉽지 않은 인간이기에 이번의 세부행은 엄청난 용기와 도전 모험이라 생각해요.
그렇게 10일 전에 항공권을 예약하고 출국 5일 전에 아이가 다닐 어학원을 선택하고 출국 이틀 전에 이사 갈 집을 찾고 계약을 예약해 뒀어요. 진짜 지난주 1주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참으로 폭풍 같았답니다.
그리고 정신 차려 눈 떠보니 세부에 와있네요. 아이 영어를 위해 오기도 했지만 이곳에서 둘이서 의지하며 오로지 아이와 내 시간을 보내고자 함이기도 합니다. 갑작스러운 당곰집사의 선택으로 어리둥절했던 아이는 일단 다니던 유치원을 스탑하고 해외로 떠난다는 것이 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제주도 잠깐 다녀오는 건가 하는 마음으로 설렘과 신남이 더 앞서고 있는 거 같아요. 오기 전부터 진짜 가는 거야? 설렌다 하며 무지 좋아했었답니다. 가면 영어만 써야 하는 현실을 알런가 모르겠네요.
토요일 밤에 출발해서 세부에 도착하니 현지 시간으로 00시 10분이었어요. 무사히 공항을 빠져나와 픽업 서비스로 편하게 1시 전에 숙소까지 도착했답니다. 아이도 기내에서 내내 잠을 자다가 도착했어 하니 눈 번쩍 뜨며 캐리어도 끌고 짐도 지키고 오늘따라 당그니가 7살 같지 않은 기분이 들었네요. 내 아들이 이렇게 든든했었나?! 웬일이지 싶었습니다. 힘들지 않게 숙소에 도착하고 바로 잠에 들었어요.
아침에 눈떴는데 이틀 전까지도 전원 주택 찾아다니던 나인데 여기 세부라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답니다. 오전 내내 캐리어 열어 정리하고 둘이서 주변을 걸어 나가 봅니다. 숙소 가까이에 쇼핑몰도 있어서 걸어가기 나쁘지 않았어요. 갑지가 더운나라라 걱정을 좀 하긴 했지만 우리나라 올여름보다는 덜 더운 날씨인 듯해요. 걸어 다닐만한 날씨 있답니다.
필요한 것 간단히 구입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세부시티의 거리를 유심히 살펴보기도 합니다. 왜 인도는 없고 이렇게 오토바이가 많고 거리의 강아지들도 뛰지 않네라고 하며 나름의 여유를 즐기는 것 같았답니다. 엄청 좋은 도시의 느낌은 아니지만 무언가 느리게 흐르는 도시 같았어요. 당곰집사도 필리핀은 처음이라 많이 낯설고 걱정 가득이긴 하지만 아이와 8주 살기의 목표는 느림의 미학이기도 해요. 오로시 당그니와 함께 급하지 않고 종종거리지 않고 화내지 않고 평온함에 익숙해 보기로 마음먹었거든요.
아이는 참 신기해요. 육아가 무서운 건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기분으로 아이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표정부터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오로지 주 양육자의 정서를 다 흡수하는 아이라는 존재가 주는 무게가 새삼 더 무거우면서도 어렵게 다가옵니다. 어른의 마음으로 저 아이를 생각하지 말아야지. 나의 기분으로 너를 대하지 말아야지 하며 당그니의 순수함과 수수함 해맑음을 지켜보고 싶기도 하네요.
이렇게 세부에서의 첫째 날이 지나갑니다. 당곰집사도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 해요. 아이와 8주가 어떨지 너무 걱정되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고 아이가 영어의 즐거움에 빠지길 빌어보기도 해요.
꼬마가 무슨 벌써 어학연수야 싶긴 하지만 이왕 마음 먹고 나온것 영어라는 학습이 아니라 언어로 습득 되기를 빌어 봅니다. 무엇보다 8주 동안 당그니 당곰집사도 건강하고 편안하게 보내다가 돌아가길 빌어보아요. 세부에서의 어학연수 왜 선택하고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차차 풀어보아요.
우선 중요한 것은 아이도 나도 힐링~.!
급하지 않아도돼. 한 발 짝 한 발짝 천천히 걸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것이 네 길 위가 될것이라고. 나는 오로지 크기의 가로수 쯤이고 싶은 마음..언제나 너의 길을 응원해. 지금은 비록 너의선택보다는 나의 선택이 많겠지만 언젠가 너가 더 많은것을 선택하며 내게 말할때 이땐 이랬지. 그때 그게 참 좋았어 라고 해주기를.
그렇게 우린 참좋았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