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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9월의 마지막 날

by 당곰집사 202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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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일기 라이프 육아 꽃



올해가 100일이 채 안 남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그 후로도 며칠이 더 지나간 오늘입니다.  제법 아침저녁으로는 가을가을 해요. 한낮은 그래도 아직 여름 같은데 특히 무더웠던 올해의 여름. 참 물러가기 싫은가 봅니다. 그래도 자연의 순리라는 것은 참 경이로운 것 같아요. 여름이야 여름 다시 여름이야!!라고 외쳐도.
공기의 냄새 미세한 바람의 차이. 무엇보다 무덥고 뜨거운 구름 한 점 없는 여름의 하늘이 아나라는 것. 사계절 중 하늘의 바탕에 가장 잘 어울리는 구름들이 그려진다는 것.

 

 


그것이 가을의 찐 묘미이지 않을까 합니다. 당곰집사는 이런 가을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나들이 가기에도 좋고 풍요로운 일상들의 느낌일지 조금은 우수애찬 쓸쓸함일지, 세월의 흐름에 또 1년 늙어감을 준비(?)하는 시간일지 각자 다르기 보내는 이 가을이 참 좋은 당곰집사예요. 그래도 사계절 중 가장 차분한 마음을 겸비할 수 있는 시간인듯합니다.
잔잔한 음악과 고소한 커피 내음이 주는 소중함의 시간.
맘에 드는 집은 결국 계약을 할 수도 없게 되었어요. 당곰이네 집도 주에 3번은 보러 오시는데 아직 세입자를 만나지 못했답니다. 너무 맘에 들던 전원주택은 의향 있는 사람이 당곰이네 하나인데.. 전세를 안 놓으시겠다고 매매 의사만 물어봅니다. 흠.. 보호자는 내 집 놔두고 왜 이사가.. 진짜 하는지를 늘 물어보는데. 맘에 드는 집도 못 가게 되니. 심란하기도 해요.  공실로 가더래도 전세는 안 하시겠다고 하니.. 나름 그곳에서의 생활들을 그려보았던 마음이 헛헛하네요.
다시 주택 찾아다녀야 하는 것도 피로도가 좀 쌓이기도 하고 내 맘에 들어온 그 집 안 본 눈을 살 수 도 없고. 집 보는 눈과 마음만 높아져서... 큰일입니다.
이것도 문제지만 내 집도 아직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으니 총체적 난국이라 해야 할까요.
나와의 인연이 아니었겠지 하며.. 마음을 달래 봅니다. 그래도 결국엔 찾아내고 이사가게 될 당곰이네 이리라 믿어 봅니다.
이런 상황 속에 좋은 것은. 드디어 퇴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 내 인생 세 번째 사직인데 그래도 그간의 5년 참 잘 보내왔나 싶습니다.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던 나의 힐링이었던 일. 무언가 가르치고  소통하는 것에 기쁨이 많았던 것 같아요. 더 오래 하지 못한  아쉬움이 큰 사직이어서 일지 이제 진짜 경단의 길을 가게 되는 건 아닌지에 대한 불안감일지는 모르겠지만 수수하게 나란 사람을 응원해 주시는 사람들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5년여의 시간 동안 나를 만나고 내게 배운 나의 제자님들이여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아가실지  모르지만 그 열정으로 뭐든 잘 해내실 수 있을 거라 믿어요.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이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게 되는 듯해요.
나를 열정적인 사람으로 알아주시지만 사실 무언가 도전하고 끝내는 그대들의 열정을 나란 사람이 감히 견줄 수 있는 것인가 합니다. 마음이 찡해지는 퇴사를 할 수 있게 나란 사람을 소중히 생각해 주는 그 마음들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9월의 마지막날 나의 퇴사를 축하해 주는 제자들에게 가슴 뭉클 찡함을 선사받고 퇴근을 했어요. 내가 이런 마음을 받을 자격이 있었나 하고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5년여의 시간을 잘 보내왔다는 뜻이기도 하여 나름 뿌듯한 하루이기도 했어요. 세 번의 직장과 세 번의 사직은  22년간의 나의 스토리에서 이번의 사직처럼 코끝 찡함은 처음인 것 같아요.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의 중압감도 있었지만 뿌듯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여느 직장에서의 그 특수성이 없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었고 다양한 나이 때의 학생들과 소통하며 내가 가진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경단의 길로 간다는 것이 조금은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또 새로운 시작으로 가족과 함께 소소한 행복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는데 이렇게 마지막날 괜히 퇴사하나 싶게 나의 앞날을 축하해 주고 그간의 수업들을 감사해 주는 사람들을 보니 퇴사하지 말까 하고 흔들흔들 하긴 했었습니다. 다시 오라고 하시긴 했지만 저도 새로운 시작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22년 동안 단 한 번도 편히 쉬어 본 적이 없어서 조금은 내려놓고 오로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이렇게 가을가을한 9월의 마지막날을 정리하면서 이 마음 이 기분으로 더 설리이고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은 10월을 꿈꿔봅니다. 

10월엔 당곰이네의 집도 빠지고 이사 갈 집도 구하고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조금은 정리된 당곰집사이길 바라봅니다. 

무르익은 가을날의 소소한 행복을 기대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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