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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어제 아이를 엄청 혼내고. 오늘까지도 계속 그 마음이 이어졌다.
해서는 안될 일. 하고 싶어도 참아봐야 할 일. 그리고 위험한 일.
내 가이드라인이 팍팍한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인지라 계속 알려주고 설명해 주어야 한다.
나는 담백하게 그게 잘 안된다.
당곰집사는 그런 담백 깔끔한 훈육보다 감정이 앞서...
늘 그렇게 언제나.. 후회를 남기는 것 같다.
이런 나의 마음을 언제나 먼저 손 내밀고 헤아리는 것은 나 스스로도 아닌 아이였다.
저 작고 작은 몸에서 늘 나를 배려하는 그 마음.
수업하고 와서 내게 그림도 색종이 꽃도 어제의 일을 일기로 쓴 미니북도 만들어 준다.
서툰 영어문장으로 미안함을 표현한다.
나는 내가 용납이 잘 안 되고 용서가 안되는데
늘 너는 나를 용서하고 있구나..
쉬이 기분회복이 안 되는 나란 어른을 네가 보듬고 있구나...
어딘가를 지나치다 본 시한 편에 가슴 뭉클.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나를 떠올렸던 한강 작가의 시가 떠오른다.
지금.. 나는 괜찮지는 않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그땐 그 말을 제일 먼저 했었다. 괜찮아. 괜찮아.
오히려 지금 왜 그래 왜 그래 를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래.. 당근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라고. 해줄게.
네가 내게 그러듯
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녁부터 밤까지 꼬박 세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팔로 껴안고
집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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